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술과 자본 중심의 남성 주도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흐름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감각적이면서도 치밀한 전략, 소비자에 대한 깊은 공감,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향한 고민을 무기로 한 여성 창업가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술, 유통,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이들의 사례는 단순히 “성공한 창업”을 넘어, 비즈니스와 사회를 잇는 더 깊은 의미를 전달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창의성과 실행력, 그리고 확실한 비전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세 명의 여성 창업가와 그들이 이끄는 기업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1. 여성 창업가의 대표 성공 사례 – 김슬아와 마켓컬리
2015년, 김슬아 대표는 당시엔 낯설었던 ‘새벽배송’이라는 개념을 내걸고 식품 유통 스타트업 마켓컬리를 창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며 익힌 분석력, 미국 유학 시절 체득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감각을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겪는 신선식품 구매의 불편함에 주목한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마켓컬리는 단순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밤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식탁 위에 오를 수 있는 프리미엄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경험은, 바쁜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철저히 직영으로 운영되는 물류 시스템 위에서 이뤄졌고, 김 대표는 직접 식품을 고르고 검수하는 데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초기에는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했지만,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가입자가 폭증했고, 마켓컬리는 수백만 명의 단골 고객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품질과 정직함, 그리고 감성적인 브랜딩을 조화시켜 소비자와 신뢰를 쌓았고, 이는 단순한 서비스 이상의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습니다. 김슬아 대표의 행보는 ‘서비스도 감성이다’라는 메시지를 증명하며, 여성 창업가 특유의 섬세한 통찰력과 실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2. 사회적 가치 중심 플랫폼 전략 – 범블의 휘트니 울프 허드
미국의 데이팅 앱 시장은 한때 ‘틴더’의 독주 체제였습니다. 그 틀을 깨뜨린 인물이 바로 휘트니 울프 허드입니다. 틴더의 공동 창업자였던 그녀는 내부의 갈등과 성차별 문제를 겪은 후, 여성의 시선으로 완전히 다른 접근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결심합니다. 그렇게 2014년, 범블(Bumble)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데이팅 앱이 탄생했습니다. 범블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바로 “여성이 먼저 말을 걸어야만 대화가 시작된다”는 룰입니다. 단순한 기능 변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데이팅이라는 구조 속에서 ‘여성이 능동적인 존재’가 되는 상징적인 전환이었습니다. 불쾌한 메시지나 성희롱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장치였고, 동시에 여성 사용자들에게 주도권을 돌려준 것이죠. 범블은 이후 데이팅을 넘어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우정 매칭’ 기능으로 확장하며, 하나의 여성 중심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2021년에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휘트니 울프 허드는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상장사 CEO가 된 세계 최연소 여성 창업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그녀의 성공은 단순한 기능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어떤 가치 위에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술보다 더 강력한 것은 결국 ‘브랜드가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라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3. 기술 기반 B2B 플랫폼 전략 – 박미연의 텐핑
마지막으로 소개할 인물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꾸준한 성과와 독창적인 접근으로 업계의 신뢰를 얻고 있는 박미연 대표입니다. 그녀가 이끄는 텐핑은 퍼포먼스 마케팅 기반의 광고 플랫폼으로, 광고주와 콘텐츠 제작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B2B 중심의 서비스입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광고 업계에서는 이미 수많은 브랜드들이 텐핑을 통해 콘텐츠 기반 성과형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오랜 온라인 마케팅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투명한 광고 성과’를 중요하게 여겼고, 그래서 텐핑은 콘텐츠 노출 결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현재 텐핑은 수천 명의 콘텐츠 제작자들과 수백 개의 기업 광고주를 연결하며, 광고의 ROI(투자 대비 효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광고를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실질적인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죠. 박미연 대표는 여성 창업가로서는 드물게 기술 기반 B2B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감성’보다는 ‘정확한 분석과 실행력’으로 인정받는 창업자입니다. 그녀의 사례는 여성 창업이 반드시 감성이나 소비재에 한정되지 않으며,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김슬아의 마켓컬리, 휘트니 울프 허드의 범블, 박미연의 텐핑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지만, 모두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여성의 시선에서 해결한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감성적인 리더십과 디테일한 소비자 이해, 사회적 메시지 또는 기술적 전문성을 결합하여 지속 가능한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여성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이들의 사례는 더 많은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창업 생태계는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당신도 이들처럼 작은 불편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는 창업을 준비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