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에서의 커리어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떠나 새로운 가치와 문제 해결을 목표로 창업에 나서는 ‘퇴사자 창업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년간은 이러한 퇴사 창업이 단순한 일탈이 아닌, 시장 트렌드와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실행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퇴사 후 창업해 주목받는 성과를 만들어낸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창업 배경, 실행 전략, 그리고 시사점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시장 문제를 해결한 퇴사 창업가
이승건 대표는 토스를 만든 창업자이자, 한국 핀테크 업계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삼성 SDS 출신 개발자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2011년 퇴사를 결심하고 스타트업의 길로 들어섭니다. 처음에는 교육 앱을 만들거나 개발 외주를 받는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시장성이 약했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창업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결정이 바로 ‘토스(Toss)’의 탄생이었습니다.
토스는 2015년, 당시는 낯설기만 했던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복잡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중심의 금융 UX를 극도로 단순화시킨 토스는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합니다. 초기엔 '송금 하나만 되는 앱'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승건 대표는 ‘기능이 아니라 경험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플랫폼을 확장해나갔습니다.
퇴사자 창업의 핵심은 기존 조직에서 느꼈던 비효율과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추진력입니다. 이 대표는 바로 그것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그는 안정적인 개발자 커리어를 버리고, 10년 이상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토스는 간편송금 외에도 투자, 보험, 대출, 신용관리까지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성장했고, 시가총액 수조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의 창업 여정은 단순한 ‘퇴사 후 성공’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직접 겪은 사람이 만들어낸 문제 해결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콘텐츠 시장을 바꾼 전직 기자들
뉴스레터 플랫폼 ‘뉴닉(NEWNEEK)’은 전통 언론사의 구조와 언어에 문제의식을 느낀 두 명의 전직 언론인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공동창업자인 김소연 대표와 김슬기 CCO는 각각 언론사 기자와 PR 회사 출신으로, 기존 뉴스의 딱딱한 문체와 전달 방식이 현대 소비자, 특히 젊은 세대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8년 회사를 퇴사한 뒤, 매일 아침 친근하고 쉬운 언어로 뉴스를 요약해주는 뉴스레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뉴닉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몇몇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수준이었지만, 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빠르게 구독자가 증가했습니다.
뉴닉은 뉴스라는 무거운 콘텐츠를 대화체, 유머, 밈(meme)과 함께 풀어내는 전략으로, 특히 정보에 지치면서도 사회 참여 욕구는 있는 MZ세대의 니즈를 정밀하게 공략했습니다. 20~30대 여성 비율이 70% 이상인 뉴닉의 독자층은 ‘뉴스는 잘 모르지만 세상은 궁금한 사람들’이었고, 이들을 겨냥한 콘텐츠는 기존 언론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뉴닉은 퇴사자 창업의 강점인 현업 경험 기반 문제 인식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들은 언론사 내부의 관행, 독자와의 거리감, 콘텐츠 소비 방식의 문제점을 조직 내에서 겪었고, 이를 밖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현재 뉴닉은 다양한 콘텐츠 실험과 브랜드 캠페인, 구독 유료화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결을 비즈니스로 만든 커뮤니티 시장
커뮤니티 기반 독서 플랫폼 ‘트레바리’는 전직 네이버 마케터였던 윤수영 대표가 2015년 퇴사 후 창업한 서비스입니다. 당시 그는 수년간 대기업에서 쌓은 탄탄한 커리어를 두고, ‘지적인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독서모임 비즈니스라는 독특한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클럽’ 정도로 시작됐지만, 트레바리는 점점 브랜드화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각 모임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클럽장으로 참여하고, 구성원은 3개월 단위로 책과 생각을 함께 나누는 구조입니다. 특히 정제된 분위기, 회원제 운영, 전용 공간 등으로 기존 독서모임과 차별화되었고, 사람들은 단순한 책 모임이 아닌 자기 인사이트를 확장하고, 연결되는 경험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트레바리는 ‘독서’라는 전통적이고 다소 고전적인 행위를 2030세대가 재해석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탈바꿈시켰고, 현재는 1,000개 이상의 클럽이 운영되며 수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커뮤니티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윤수영 대표의 선택은 커리어 전환이자, 자신이 원했던 삶의 방식 자체를 비즈니스로 실현한 사례입니다. 퇴사 후 창업이 반드시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일 필요는 없으며, 결국 문제 해결과 사람 간 연결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퇴사는 끝이 아닌 시작
토스의 이승건, 뉴닉의 김소연과 김슬기, 트레바리의 윤수영. 이들은 모두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 안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갈증’을 발판으로 창업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에 새롭고 실질적인 가치를 더한 창업가가 되었습니다.
퇴사 창업은 충동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조직의 장점과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부에 나와선 더 날카롭게 문제를 진단하고,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정규직과 창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무너지고,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철학이 중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당신도 언젠가 조직을 떠나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 그 경험 하나하나가 당신만의 창업 아이템이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문일 수 있습니다.